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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아버지와 아들사이에서 태어난 '균도아버지'-인터뷰기사1(비마이너출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태어난 '균도아버지'

자폐성장애인 이균도 씨의 아버지 이진섭 씨 인터뷰①


2011.12.06 17:13 입력 | 2011.12.09 12:44 수정









이 땅에서 장애인부모로 살아가는 건 어떤 모습일까? 장애가 있는 자녀의 성장과 함께 변해가는 부모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 속살을 들여다봤습니다. 비마이너는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 아버지 네 분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들 균도를 키우는 이진섭 씨. ⓒ정택용


 


누군가의 아버지


 


한 군데 몰입하면 순간 돌아버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아들들을 때릴 때 매를 드는 대신 발길질이 먼저 나갔다. 해병대 출신, 다혈질, 편집증, 집에 있는 시간보다 없는 시간이 많은 아버지. 트집 잡는 아버지, 짜증 내는 아버지, 패는 아버지, 너무도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들 넷 중 둘째였던 이진섭 씨는 가장 많이 맞고 자랐다. 첫째는 첫째라, 셋째는 몸이 약해서, 넷째는 막내라 맞을 일이 적었다. 많이 맞다 보니 밖에서는 언제나 말수가 적고 자신감이 없었다.


 


“공부는 제일 잘했어도, 언제나 미약한 아들이었지. 나는 군대에 있을 때 단 한 번도 사람을 때리거나 욕해본 적이 없어. 아버지가 술을 먹고 우리를 때렸기 때문에,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 아버지의 모든 점을 반대로 하고 싶었어.”



처음 이진섭 씨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아들 균도에게 뽀뽀를 하고 있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 오후의 종각역이었고, 사람들이 많았다. 잠깐 눈을 맞추며 뽀뽀하고 난 다음에,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은 채로 담배를 피웠고, 아들은 다른 한 손에 든 효자손을 휘휘 허공에 흔들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저렇게 손을 잡고 걸어왔다고, 자폐 증상이 다른 아이들보다 덜한 것 같다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가 보다고, 사방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들은 마주 보고 웃거나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끌어안는다. 길을 걷다가 아니면 밥을 먹다가 문득, 아주 오랜만이라는 듯이, 잠깐 잊고 있다가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오래 눈을 맞춘다. 균도 씨가 올해 스무 살, 발달장애 1급 청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더라도 너무 자주, 너무 깊게 일어나는 스킨십이다.


 







▲아들 균도 씨가 다니는 주간보호센터. 아빠 이진섭 씨는 매일 아들을 데리러 이곳에 온다. ⓒ정택용







▲올해 스무 살인 이균도 씨. 주간보호센터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정택용



“우리 아버지와는 단 한 번도 스킨십을 해본 일이 없어.”



이진섭 씨는 쑥스럽게 웃는다. 늘 밖에 있다가 몸이 아플 때에만 집으로 돌아왔던 아버지에게는 4·19혁명에서 얻은 후두부 총상이 있었다. 장애 1급. 아무도 그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 아들들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진섭 씨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 어떻게 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



“결혼도 마음이 터져서 했어. 그 집에서 아버지랑 계속 살다가는 죽을 것 같았거든. 아버지 안에서는 이 마음이 터져서……. 가끔은 그래 생각한다. 어째서 내는 아버지도 장애 1급, 아들도 장애 1급인가 하고. 무슨 운명이 이럴까 하고. 위에서 내리받은 고통, 아래에서 올라오는 고통, 그래도 나는 그 두 사람이 무슨 엄청난 문제가 있다고는 지금도 생각 안 해. 그래도 이래 가만 생각하면 지금 참 행복하데이. 그래 생각하며 산다.”



그때는 다 그랬다, 생각해보면 그리 유별나지도 않은 일이었다. 누구나 자식을 때리고, 누구나 아내를 때리고, 그런 일이 매일매일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 아버지는 공부 잘했던 둘째 아들이 법대에 가기를 바랐고, 아들은 그것이 그토록 싫었다. 둘 사이에 있었던 허다한 다툼들과 흉터처럼 죽죽 그어진 기억들을 그는 마치 천 년도 더 지난 일처럼 말한다. 마음이 터져서, 견딜 수 없었던 날들이 있었노라고. 그리고 그때 자신은 너무 어렸었다고.


 







▲문밖에서 균도 씨의 프로그램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빠의 모습. 그야말로 '복도 아빠'다. ⓒ정택용


 


살아 있다는 것, 할 말이 있다는 것


 


“도망치듯이 결혼을 했어. 아내를 만난 지 사 개월, 오 개월 만에…… 그때 나는 서른도 안된 나이였고, 가정을 꾸리기에, 아버지가 되기에는 조금 어렸었지.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균도가 세상에 나왔던 날, 의사가 아들이라고 말했을 때는, 그저 기뻐서 펄쩍펄쩍 뛰기만 했다. 당장 공중전화로 달려가서 부모님께 자랑했어. 아들 낳았다고.”



그러나 병원에서는 태어난 지 30분이 지나도 아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때까지 그는 겸자 분만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겸자(큰 집게)로 아기의 머리를 잡고 억지로 산도에서 끄집어내는 방법. 한참 만에 본 아이의 창백한 머리에는 상처가 많았다. 10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아이가 태변을 했고, 그것이 호흡을 잠시 멈추게 했다고 했다. 더 큰 병원으로 아이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 인큐베이터가 있는 구급차가 오고, 의사는 이진섭 씨에게 당신의 아이가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생존율은 10% 이하. 아버지가 된 첫날 그는 눈물부터 쏟았다. 이미 유산으로 두 아이를 잃었기 때문에, 아내와 그는 아이가 제발 살아주기만을 바랐다. 열흘 뒤, 의사는 아이가 살아날 거라고 그러나 평생 장애로 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자신들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을 보였을 때에도(균도는 기어다니기 전에 이미 앉았고, 뛰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균도 씨는 다른 발달장애인보다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아니 그렇게 보인다는 표현이 맞다. ‘균도 어디가?’‘누가 제일 좋아?’ 하고 물으면 간단하게나마 대답도 하고 가끔은 긴 대화도 가능하다.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호프만이 그랬던 것처럼, 뭐든지 외워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빠 어디 계셔?’라는 질문에 ‘누나 12월 27일 부산에 있는 우리 집에 놀러 와요’라고 답하기 일쑤다. 혼자 TV나 인터넷, 신문에서 외웠던 말들을 중얼거리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불쑥 말을 걸기도 하고, 길에서 오줌을 누거나, 어디론가 막 뛰어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눈앞에서 사라지면 어디에 갔을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진섭 씨는 그렇게 아버지가 아닌 ‘균도 아빠’로 이십 년을 살았다. 균도 씨는 이진섭 씨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고, ‘균도 아빠’라고 부른다.



그리고 균도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날엔가, 이진섭 씨는 아들과 자신을 끈으로 묶고 길을 나섰다. (2회 기사에 계속됩니다.)


 







▲아빠가 손을 놓으면 길을 잃고 마는 아이. 아빠는 아들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정택용


 



*글쓴이 유선 님은 달팽이 공방과 장애인극단 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라질 공간을 쉼 없이 반복해서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 투쟁 농성장에서 벼룩시장을 차리거나 거리에서 카페를 여는 것을 주로 해왔습니다. 지금은 내년 4월, 일본의 텐트 극단 <독화성>의 서울 공연을 기획하는 중입니다. 사진을 찍은 정택용 님은 6년간의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을 다룬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펴낸 사진가로, <진보정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을 다룬 <사람을 보라>를 동료와 함께 펴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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