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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4 (3/15)

30km 행진, 다시는 무리하지 않으리라 - 넷째날 이야기



넷째 날이다.


전날의 공복  때문에 둘 다 배가 고프다. 일찍 일어나서 새벽공기를 헤치며 여정을 시작한다. 아침공기가 차다. 그렇지만 가야할 길이 있고 오늘 가야 할 길은 어제보다 더 험한 길임을 잘 안다.


 


답사 때 아마 천태산 고개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마음을 다잡았지만 힘들다. 오늘은 추워서 길에 차마저도 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렇지만 봄이 왔음을 느낀다. 노란색 꽃(이름은 잘 모르겠다) 매화가 우리를 반긴다.


 


배가 고파 두리번거리고 봐도 식사할 데가 없다. 식당은 모두 문을 열지 않았다. 아니 연 흔적이 없다. 다 주말만 장사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천태산 매점마저 문을 닫았다.


 


그래도 올라간다. 다 올라갔다 느꼈는데…한 번 휘돌아간다. 헉! 균도는 끈을 잡고 올라오는데 힘든 모양이다. 드디어 원동면을 벗어나 밀양시 삼랑진읍이다. 그런데 내려가는 것도 뱀 똬리처럼 휘돌아간다. 많이 내려간다. 끝이 없다….


 


아침 8시 이전에 출발했지만, 12시가 다 되어서 겨우 안태라는 곳에 도착했다. 안태에서 조그마한 슈퍼에 들렀다. 균도가 너무 좋아라 한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감자칩… 그리고 저 가까운 곳에 중국집이 보인다. 짬뽕밥과 짬뽕을 시킨다.


 


균도는 거울을 보고 자기가 비친 모습에 반해 또 방방 뛴다. 일종의 과잉행동반응이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이유도 거울 때문이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또 간다. 삼랑진까지 6km 남았다. 아침 일찍 서둘렀던 까닭에 균도는 벌써 퍼진다.


 


삼랑진역 도착이다. 조그마한 분식집이 보인다. 좋아라 하는 핫도그 한 개를 물고 균도가 웃는다. 선해 보이는 아줌마가 우리 둘을 알아본다. 어제 국제신문을 봤단다. 유명인인가보다…ㅋㅋㅋ


 


아줌마는 얼마 전 고3인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냈단다. 그만큼 나를 이해하려는 게 마음이 짠하다. 약국에서 맨소레담 한 병을 사고 인근에 있는 오순절 평화의 마을을 방문한다. 신부님에게 우리의 처지를 설명하고 축복을 받기 위해서 갔다.


 


사실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곳은 발달장애인 집단 생활시설이다. 마음이 아프다. 누구에게도 관심이 멀어져간 사람들….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신부님의 기도를 받고 사무국장님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생활시설을 반대한다는 의견과 또 내가 오늘 이 길을 가는 이유를 설명한다. 장애인들 중 발달장애인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장애인가족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발달장애인의 특수성과 장애인계의 판을 키워서 발달인의 사회적 배려를 가져오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사무국장님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한다.


 


사진을 한 장 찍고 균도 앞으로 얼마 정도의 기부금을 내고 돌아오는데. 두 손을 펴신 예수님이 우리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잘 가, 이놈들아 하면서…ㅋㅋ 신부님의 기도 덕분에 다시 출발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오늘 밀양까지 가자고 균도를 꼬신다. 가면 오늘은 꼭 햄버거를 사준다고. 균도 간단다. 그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지는 않지만,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16km다. 물론 고갯길은 8km 정도이지만 내려가서도 밀양까지 더 가야 한다.


 


너무 멀어 몇 번을 퍼진다. 가다 쉬다 가다 쉬다… 반복도 어렵다. 이곳이 밀양인가 싶으면 아니다. 삼랑진 진짜 크다. 아무튼 돌고 돌아 어둠이 내리고 난 뒤 밀양에 도착했다. 장장 30km. 둘 다 너무 힘들다. 다시는 무리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난 오늘 물집이 두 곳 터졌다. 그래도 갈만하다. 오늘은 내일 예정지까지 왔다. 며칠 무리했으니 하루 휴식을 위해서다. 아마 16일은 몇 건의 촬영을 할 것 같다. 그래서 무리를 했다. 스케줄대로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늦은 밤 균도가 벌써 곯아떨어진다. 무식한 아비 때문에 오늘은 피곤했을 것이다. 도로를 지나가다 보니 아무래도 등산화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조금 가벼운 트레킹화를 사서 신어야겠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음은 더 여물어간다. 다리는 물집 잡혀 터져 있지만, 이상하게 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균도도 이제는 많이 안정을 찾는다. 꼭 서울을 가야 한다는 마음을 균도에게 주입한다. 자랑스럽다.


 


이런 아이가 나의 아들인 게 고맙고 감사하다. 어디에서나 부끄럽지 않은 아비가 될 것을 또 되새기면서 오늘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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