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28(4/8)
- 관리자
- Apr 11, 2011
- 1726
- 관심이 쏟아질수록 의지가 분명해진다
곤지암~경기성남 분당 야탑역인근 2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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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신문을 보니 우리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연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가 온다. 균도를 취업시켜주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무튼 전국 조간지의 위력을 한 번 더 실감한다. 아마도 아침 방송에도 나갈 것 같다. 균도랑 걷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바란다.
아침 일찍 균도랑 길을 나선다. 어제 비가 온 까닭에 느끼는 기온은 아직 봄이 아닌 것 같다. 낮이 되면서 무척 더워서 위에 옷 앞깃을 열고 길을 나선다. 신문에서 봤다고 많은 사람이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일부러 우리 일행을 본다고 이온음료와 초콜릿 간식을 가지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준다. 균도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이 계기로 더 균도를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갈 무렵 장애인 부모께서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한다. 많은 이야기와 같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동지의식을 또 느낀다. 긴 시간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을 다 알 것 같다.
결국 우리는 같이 연대할 동지가 아닌가? 오늘 가야 할 길이 멀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다짐하지만, 이제는 일정이 정해져 있어 피치를 올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20km가 지나오니 균도가 너무 힘들어한다.
성남시로 이어진 터널을 지나오니 목이 너무 아프다. 매연의 독한 냄새가 너무 메케하다. 아마도 어제 맞은 방사능비보다 내 몸에는 더 해로운 듯하다.
앞서 가는데 뒤에 큰 트럭 기사 아저씨가 초코파이 두 개를 들고 내린다. 아침에 신문을 보고 많이 느끼고 울었단다. 고맙다. 이런 관심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오늘 나온 신문 인터넷판에 들어가서 덧글을 읽는다. 모두 한결같이 나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렇게 좋은 일한 것이 아닌데 감명 깊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소망하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발달장애인법을 응원한단다. 그리고 어김없이 우리나라 복지 현실을 이야기한다. 관심이 쏟아질수록 의지가 분명해진다. 내가 해야할 일, 가야할 길이 정해지는 것 같다.
저녁에 라디오 인터뷰가 한 건 있고, 방송국에서 우리를 만나러 온단다. 이 관심을 어떻게 이용할까 골머리를 앓는다. 우리를 보지 말고 장애인가족의 애환을 잘 그려주면 좋겠다.
성남에 도착하니 감회가 깊다. 이곳은 균도랑 균도 엄마랑 몇 년을 살았던 곳이다. 균도가 장애인인 것 같아 철모른 부부가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산 적이 있다. 아침이면 어린 균도를 안고 서울대병원까지 균도 엄마는 소아정신병동으로 출퇴근을 했다. 철모르는 시절 진짜 용감하게 살았다.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우리를 낯설고 물 선 땅까지 오게 했다. 결국은 장애아로 귀결되면서 하늘이 꺼지는 느낌을 갖게 했던 고장이다. 그렇지만 오늘 이 길을 걸어가면서 이곳의 기억을 떨치려 한다. 날 용감한 아빠로 세상에 비추게 한 균도를 진정한 사랑으로 다가서려 한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남은 인생 너를 위해서,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열심히 살 거다. 내가 너와의 인연을 끊는 순간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희망인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원안대로 통과하고,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되는 세상, 너희가 같은 동네에서 보호받는 그날이 빨리 오도록 장애부모는 연대하여 나아가자. 사랑한다. 나의 아들 나의 균도.
내일 야탑광장에서 만날 경기 부모연대를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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