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12(3/23)
- 관리자
- Mar 24, 2011
- 1687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간 여행이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오늘도 대구 부모회에서 사람이 나와서 가방을 들고 먼저 길을 나서준다. 원래 목적지 지천면에 숙박시설이 없는 까닭에 조금 더 가기로 한다. 이동하는 거리가 20km를 넘어서면 조금 무리가 따른다. 특히 균도의 절뚝거림과 투정이 마음을 때린다.
비가 오고 나니 춥고 바람이 너무 분다. 가는 동안 차 소리와 바람이 우리의 뺨을 때리고 지나간다. 바람이 너무 차다. 아직 찬바람을 느끼고 일정을 소화한다. 우리가 오던 부산 주위의 날씨랑 여기는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마 며칠이 고비라 생각한다.
꽃피는 봄이 곧 오듯이 우리 아이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리라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세상을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안다. 염원과 정성을 다하면 꼭 이루어진다고…. 균도와 내가 가는 이 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역시 방송의 위력을 실감한다. 어제 뉴스데스크에 나가고 난 뒤, 우리 일행을 쳐다보면서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 힘내라고…. 저녁 시간에 밥을 먹으러 가니, 균도와 나를 쳐다보고 또 아는 체를 한다.
신문도 보고 방송도 봤다고 격려해준다. 근데 아빠가 방송보다 왜소하단다. 내가 이 도보여행을 계획할 때보다 현재 무게가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지금 지병의 문제로 살이 빠지는 중이기는 하나, 며칠을 걸어가면서 살갗도 많이 타서 남들 보기에 더 여위어 보이는 모양이다. 균도 역시 찬바람에 많이 탔다.
대구를 벗어나니 바람도 더 차가워진다. 다리를 절며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균도가 샤워를 하고, 이내 잠이 든다. 녀석을 쳐다보고 있으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누가 물으면 균도는 꼭 이렇게 대답한다. 난 갈 거예요. 힘들지 않아요. 서울 갈 거예요….
마음이 시려 온다. 아빠가 계획한 부자간의 도보여행. 그래도 다행히 균도는 그 가운데에서 즐거움을 느껴가고 있다. 이동하는 도중 매일 똑같은 노래를 부른다.
모두가 욕심 버리면 그 모든 것이 즐거워
걱정과 근심 떨쳐버리면
욕심을 모두 버리고 이 세상 바라본다면,
곰처럼 편히 살 수가 있죠.
정말이야! 물론이지!
이 노래는 균도가 어릴 때 정글북에 나오는 곰의 주제가이다. 벌써 10년 이상을 부르다 보니 난 이 곡을 균도 주제가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우리 사는 세상살이의 정곡을 찌르는 교훈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노래가 아마도 균도와 세상걷기의 주제가로 오늘도 불렀듯이 내일도 이 노래를 부르면서 길을 가고 싶다. 모두 욕심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