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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9-금남로에서 균도와 추억을 즐긴다
- 관리자
- Oct 28, 2011
- 1489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9
스물여섯째날 이야기(10월25일) 순창 강천사, 광주 금남로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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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날씨가 예사가 아니다. 걷는 일정 중 이렇게 추운 날이 없었다. 균도와 나는 초가을에 어울리는 복장으로 세상걷기에 나섰다. 덧옷도 별로 없어 이런 추위를 이겨내기가 힘들다.
오늘은 광주장애인부모연대의 일정에 동행한다. 목적지는 순창군 강천산의 강천사계곡이다. 가을을 느끼기 위해 강천산 나들이에 따라간다. 걷는 도중 산이며 들이며 바다를 느꼈지만, 이렇게 가을이 깊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균도는 여지없이 엄마들 곁에서 걷는다. 어제저녁 화가 나서 나를 폭행하던 균도는 어디 가고 다시 순한 양으로 돌아온다. 걸어가는 동안 균도는 나름 스트레스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저녁 날카로움이 극에 달해, 같이 있던 방송 PD도 적잖이 놀랐던 모양이다.
옆에 있던 아빠의 등짝을 죽으라고 후려치고 옆에 있던 자동차 유리창을 깨듯이 쥐어박고 있는 것을 보니 나 역시 마음이 아프다. 맞았던 등짝이 아픈 것은 아니고 한 번씩 타인이 되어버리는 내 아들의 모습이 마음 아프다. 그래서 마지막 전날 균도엄마을 불러서 같이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오늘 다른 장애부모들 만나니 균도는 아직 어린아이가 맞는 것 같다. 그렇게 균도는 가을을 즐기고 있다. 도로 길만 걷다 긴장이 풀어진 까닭에 오늘 걷는 이 길이 피곤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곯아떨어졌다. 너무 피곤하지만, 다른 부모에게 균도를 맡긴 탓에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다.
내일은 금남로에서 도보를 시작하기로 했다. 금남로 근처에 하차해 균도랑 나는 금남로 구석구석을 구경한다.
난 518항쟁의 의미를 잘 몰랐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 만행을 볼 수 있었고 날조된 역사의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금남로는 민중 봉기의 상징이다. 총에도 굴하지 않았던 민중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언젠가 한번 걷고 싶었던 곳이었다. 태극기를 양손으로 벌려 뛰어가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서 금남로를 걸었다. 지금 이 자리에 나의 아들과 함께하니 감회가 새롭다. 아무도 권하지 않았던 균도와 세상걷기, 아들을 통해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오늘 저녁은 진보신당 당원이자 나의 페이스북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 통성명을 한 인연으로 균도와 나의 광주여행에 초대했다.
진보적 사고방식보다는 단위 장애영역의 부모활동가에게 보내는 찬사만으로 나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 만남만 기억하고 싶다.
사람은 우연적 만남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를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후에는 어떻게 될망정 오늘 우리를 반겨준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금남로의 반가움이 나의 투쟁의 의지를 더욱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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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