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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8-균도에게는 추억이니 난 즐겁다
- 관리자
- Oct 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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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8
스물다섯째날 이야기(10월24일) 나주시청~광주송정역
아들과 함께 거리에 나와 있다. 아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같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힘없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줄 것이 이 길밖에 없었다.
매일 학교와 집을 맴돌다가, 졸업하고 난 뒤에는 가는 곳만 바뀌었을 뿐 똑같았다. 청년기가 되면 혼자 여행도 가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지만, 내 아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더 힘이 없어지기 전에 아들과 길을 떠나고 싶었다.
균도의 눈에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이 균도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자기 눈높이에 맞는 여행을 하면서 균도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앞을 쳐다보며 길을 걸으면서 균도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곳이 보였다. 같이 길을 가면서 균도와 같은 장애가 있는 친구도 만났고, 나의 처지를 이해하는 부모들을 만나 우리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해줄 것이 이것밖에 없었기에 우리는 즐거웠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그래도 우리는 비를 맞고 길을 걸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몸을 때려 춥기는 하지만, 이것마저 우리에게는 추억이다.
고개를 넘으면 빛고을이 시작된다. 우산을 받쳐 쓴 우리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겠지만, 우리는 즐기고 있었다. 균도는 뒤처리에 어려움이 있다. 화장실마저 같이 가는 우리는 지금 행복하다.
그렇지만 사회는 우리에게 색안경을 끼고 있다. 그 색안경을 벗어버리는 데 일조하려고 나와 균도는 여행을 떠났다. 모든 것을 다 우리가 이루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이것이 우리만의 투쟁이다. 이슈화를 통해 행정부와 정치권에 부담을 주고자 한다.
광주에 들어오면서 균도는 성취감을 느낀다. 이런 성취감을 통해 균도에게 세상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 아비의 바람이다. 언제까지일는지 모르지만 균도와 나는 세상걷기를 계속하고 싶다.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균도에게는 추억이 남으니 난 즐겁다.
이제 며칠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세상걷기 시즌2를 마친다. 지금 발바닥 통증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우리는 또 부자의 정을 느꼈기에, 또 즐겁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하는 세상걷기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많은 사람이 우리와 같이 걸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내일은 춥다던데 더 손을 꼬옥 쥐면서 세상걷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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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