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7-우리 아이들도 먹거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
- 관리자
- Oct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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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7
스물넷째날 이야기(10월23일) 무안읍~나주시청
목포를 기점으로 이제 위로 올라간다. 날씨도 이제는 가을이 완연히 깊어간다. 아침에 길을 나서면 쌀쌀해서 덧옷을 끼워 입는다.
이제는 갈 곳이 멀지 않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은 운치가 있다. 균도와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들판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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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인스턴트 식품에 노출되어서 스로우푸드를 먹이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돈 잘 벌지 않는 부모를 만나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균도에게 지역적 특산물 음식을 먹여주고, 또 음식으로 기억되는 그런 고장의 특산물을 각인시키고 싶은 나의 바람이 있다.
경상도 지역을 벗어나면서 고장별로 먹거리가 줄지어 있다. 조금은 무리가 되지만, 조금씩이라도 먹여 기억시키고 싶었다. 광양을 지나며 광양불고기도 먹어봤고, 삼호읍에서는 무화과를 먹고, 어제는 무안에서 낙지도 먹었다.
균도는 꾸물거리는 낙지를 보고 질겁한다. 조금 익혀 비빔밥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균도 싫어라 한다. 균도는 가게 앞에 있는 글을 읽고 무안뻘낙지를 기억한다.
오늘은 특별한 음식을 경험한다. 영산포를 들렀던 것도 홍어 때문이다. 난 경상도 사람이라 홍어 맛을 잘 알지는 못한다. 몇 번의 기억은 있지만, 그다지 음식의 맛을 알지 못했는데 오늘은 같이 특별한 기억을 하려 한다.
홍어의 거리에 들어서서 큰맘 먹고 홍어 삼합을 시켜본다. 그런데 삼합 중 돼지고기 수육만 골라 먹을 것 같은 균도가 홍어를 곧잘 먹는다. 그러고 난 뒤 맛있다고 한다.
나도 용기를 낸다. 홍어 튀김을 맛본다. 홍어 튀김은 홍어의 싸함을 가장 잘 전하는 음식이다. 난 비겁한 아빠다. 균도가 튀김을 시켜달라고 해서 먼저 먹여 본다.
입에 넣는 순간 균도는 코를 쥐고 으악~한다. 나의 첫 경험도 입안이 헐 만큼의 지독함이다. 균도는 두 개를 먹고 코가 뻥 뚫리는 맛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지역 특산품을 통해 균도에게 음식으로 그 지역을 기억시키고 싶다.
발달장애인도 먹어야 산다. 그들도 기억하기에 많은 경험으로 교육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비장애인들만이 식도락을 즐기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균도 같은 발달장애인이 기억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있다. 길을 떠남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부자의 정이 더 돈독해진다.
균도의 얼굴에서 행복함이 묻어 나온다. 가을을 느끼며 떠나온 여행, 다른 것을 차체 하더라도 균도는 즐겁다. 가을녘 들판에서 풍요함을 느끼고 우리 인생의 즐거움도 찾는다.
나주에 들어오면서 나주 곰탕을 찾는다. 균도와 떠나온 이번 여행 나 역시 호강을 한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나 역시 오지 못하는 길 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를 통해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워나간다.
난 행복하다. 인식을 바꾸면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통해 난 다른 인생을 산다. 사랑스러운 아들이 발달장애인이라서 내가 할 일이 더 있다.
그래 끝까지 가보자. 너의 눈에 우리나라의 국토를 넣어주겠다. 그 덕분에 아빠도 길에서 많은 사람과 고민을 통해 너희 이야기를 알리려고 노력하마.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나의 아들 이균도. 내일은 또 다른 지역 특산물로 너에게 다른 기억을 생기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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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