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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2-돌아가신 선친이 내게 힘내라 한다

돌아가신 선친이 내게 힘내라 한다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2
열아홉째날 이야기(10월18일) 강진군~영암군 학산면 동아인재대학








▲균도의 얼굴이 너무 햇볕에 그을렸다.




바람이 몹시도 차다. 이번 여행에서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추워서 겉옷을 걸쳤다. 노란 티셔츠가 안으로 들어가서 글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가야할 길이 멀다. 월출산 등성이는 아니지만 나름 산 정상을 향해서 간다. 아마 내가 주로 이용하는 2번국도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일게다. 균도도 숨 가쁘게 따라온다.


 



길을 걷다 보니 균도도 벌써 어른이 되어 있다.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보이는 모습은 퍽 좋아지고 있다. 난 균도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안정된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한 번씩 심리불안정으로 울거나 과잉행동을 할 때면 난감하다. 오늘은 길이 힘든지 말수도 적고 잘 따라온다.



 


강진을 벗어날 무렵 길가에 무화과를 파는 곳이 있다. 균도는 생소한 것을 잘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줌마가 우리에게 전해준 무화과를 균도가 조심스레 맛보더니 몇 개 먹는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은 하나도 안 아깝다고 하던 말을 그대로 느낀다.


 



사실 오늘은 돌아가신 선친의 기일이다. 아침부터 무엇을 잃어버린 양 많은 일들을 생각하게 한다. 난 균도로 인해 나의 선친과 다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 나름대로 사랑의 방법이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경상도에서는 병신이라는 말을 상용구로 자주 쓰곤 한다. 그렇지만 그 분의 말에서 병신 바보를 듣는 순간 그렇게 광분하곤 했다. 나의 마음만큼 아팠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기성세대인 시절과 그 분의 시절과는 세상이 다르다. 장애를 인식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난 몰라 그렇게 악다구니를 했다. 오늘을 길을 걸으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한다. 나를 이 세상에 보내준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서 난 배웠다.


 



온종일 지친 균도를 보면서 또 기도한다. 나의 아들이 되어줘서 고맙고 또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어 고맙다. 너로 하여금 다른 세상을 나에게 가게끔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 아무튼 이런 세상에 날 오겠끔 하신 나의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오늘의 여정은 출발하기 전 우리부자에게 관심을 보여준, '단풍'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영암학산의 진보당원님 자취방에서 묵는다. 또 발달장애인의 관심을 가져주는 동지가 생겨 너무 기쁘다. 아버지의 기일에 아버지라는 이름을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무화과를 처음 먹어보는 데 맛이 좋다.







▲균도는 오르막을 향해 간다.







▲할아버지 산소에서 균도 균정.



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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