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2-돌아가신 선친이 내게 힘내라 한다
- 관리자
- Oct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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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22
열아홉째날 이야기(10월18일) 강진군~영암군 학산면 동아인재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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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몹시도 차다. 이번 여행에서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추워서 겉옷을 걸쳤다. 노란 티셔츠가 안으로 들어가서 글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가야할 길이 멀다. 월출산 등성이는 아니지만 나름 산 정상을 향해서 간다. 아마 내가 주로 이용하는 2번국도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일게다. 균도도 숨 가쁘게 따라온다.
길을 걷다 보니 균도도 벌써 어른이 되어 있다.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보이는 모습은 퍽 좋아지고 있다. 난 균도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안정된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한 번씩 심리불안정으로 울거나 과잉행동을 할 때면 난감하다. 오늘은 길이 힘든지 말수도 적고 잘 따라온다.
강진을 벗어날 무렵 길가에 무화과를 파는 곳이 있다. 균도는 생소한 것을 잘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줌마가 우리에게 전해준 무화과를 균도가 조심스레 맛보더니 몇 개 먹는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은 하나도 안 아깝다고 하던 말을 그대로 느낀다.
사실 오늘은 돌아가신 선친의 기일이다. 아침부터 무엇을 잃어버린 양 많은 일들을 생각하게 한다. 난 균도로 인해 나의 선친과 다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 나름대로 사랑의 방법이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경상도에서는 병신이라는 말을 상용구로 자주 쓰곤 한다. 그렇지만 그 분의 말에서 병신 바보를 듣는 순간 그렇게 광분하곤 했다. 나의 마음만큼 아팠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기성세대인 시절과 그 분의 시절과는 세상이 다르다. 장애를 인식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난 몰라 그렇게 악다구니를 했다. 오늘을 길을 걸으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한다. 나를 이 세상에 보내준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서 난 배웠다.
온종일 지친 균도를 보면서 또 기도한다. 나의 아들이 되어줘서 고맙고 또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어 고맙다. 너로 하여금 다른 세상을 나에게 가게끔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 아무튼 이런 세상에 날 오겠끔 하신 나의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오늘의 여정은 출발하기 전 우리부자에게 관심을 보여준, '단풍'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영암학산의 진보당원님 자취방에서 묵는다. 또 발달장애인의 관심을 가져주는 동지가 생겨 너무 기쁘다. 아버지의 기일에 아버지라는 이름을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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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