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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18-내리는 비도 우리의 열망을 막을 수 없다
- 관리자
- Oct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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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는 비도 우리의 열망을 막을 수 없다 .
-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18
열다섯째 이야기(10월14일) 순천시청~보성군 벌교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온다. 도보로 연일 이어지는 행군이라 비가 오면 난감하다. 그렇다고 며칠을 지체하며 머물 수도 없다. 균도는 비가와도 가자고 재촉한다. 나와 균도는 비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날이 쌀쌀해지면서 비를 맞으면 그 다음 날이 걱정이다.
순천시청에 나왔다. 비가 오는 가운데 순천장애인부모회 어머님들이 많이 나오셨다. 균도와 같이 세상걷기를 위해서 나오신 분들이다. 여기서 밝히지만 균도와 세상걷기의 남도편은 이곳 부모님의 열망으로 시작되었다.
시즌1에 균도에게 온 문자 몇 통, '우리 지역도 균도와 세상걷기에 동참하고 싶어요… 아이들하고 같이 우리 지역을 걷고 싶어요. 그렇지만 용기가 없어요.'
균도야 같이 가자! 이런 마음으로 균도와 세상걷기 시즌2가 시작되었다. 그런 만큼 순천지역의 부모님과 전남장애인부모연대 부모님들의 환대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내리는 비를 뚫고 우리는 길을 나선다. 오늘은 어머니 말고 다른 발달장애인 2명도 이 길에 동참했다. 전남지역에서 수영으로 유명한 동훈이, 걷기에 이골이 난 상우. 이 두 명은 나름 이 지역에서 유명한 친구들이다.
동훈이는 수영종목 중 배영으로 비장애인을 물리친 전라남도 대표선수다. 상우는 청각과 지적장애가 있는 중복장애 친구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의욕적이고 걷기를 좋아해서 지리산 종주도 했던 친구라고 한다. 비가 내려도 엄마들의 사랑은 막을 수가 없다.
시사저널 사진기자들과 동행한 길, 가는 길이 고되다. 우리가 지나는 2번 국도는 일명 아우토반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도로다. 균도와 다른 친구들의 안전이 걱정되지만, 길게 일렬로 무리지어 그 길을 뚫고 나간다.
비가 오면 몸의 무게도 더 하다. 동행한 부모님과 순천을 빠져나갔다. 14km 정도를 무리지어 나가다 점심을 먹은 뒤 헤어졌다. 그렇지만 동훈과 상우 가족은 벌교까지 간다. 헤어지는 순간 엄마들 눈에는 아쉬움이 더하다. 비가 오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을 텐데…
순천 부모님들의 배웅을 받고 우리는 벌교로 향한다. 가는 내내 남은 엄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나 초심을 잊지 말고 부모운동을 하자고 다짐을 하면서 길을 걸었다.
벌교로 들어왔다. 이젠 진짜 친구들과 헤어짐이다. 그렇지만 다시 들러 균도 이야기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일정을 마치고 순천부모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자고 약속했다.
숙소에 들어서니 몸이 으슬으슬하다. 비를 맞아 컨디션이 다운됐다. 그렇지만 우리의 열망을 막을 수 없기에 내일도 균도의 세상걷기는 계속될 것이다.
오늘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사랑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하루도 저물어간다. 내일 아침은 균도랑 꼬막정식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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