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균도와세상걷기2]균도가 갈 곳은 없을까? _13
- 관리자
- Oct 12, 2011
- 1845
- 균도가 갈 곳은 없을까?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13
열쨋날 이야기(10월9일) 사천곤양맥사리~하동 금성면 섬진대교앞
균도의 손을 잡고 전진한다. 균도는 걷기를 좋아해서 아빠 손을 뿌리치고 먼저 길을 나선다. 오늘은 가는 길을 재촉해서 떠난다. 며칠 간 동행하던 방송국 PD들도 잠시 물러났다.
균도와 세상걷기는 전 일정을 촬영한다. 내일 문화일보 기자와 로드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 이슈화를 위해 신문 한 면을 균도와 세상걷기에 배려해준단다. 이렇게 이슈화를 위해 걷는 길, 좋은 결실을 보고 싶다.
균도와 세상걷기1은 일본 방사능 누출로 언론에서 많이 배제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출발할 때부터 도가니 정국이다. 물론 도가니는 장애인의 문제라 내심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나는 영화 '도가니'를 보지는 못했다.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 처지에서 너무 잔인한 측면이 있어 애써 피해 왔다. 도가니는 청각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 장애인의 문제라고 난 딱 잘라서 이야기한다.
균도와 세상걷기 시즌1이 어느 정도가 이슈가 되었을 때 나에게 많은 제의가 있었다. 균도가 일할 곳의 문제로 고민하니 몇 군데에서 취업 제안이 왔다. 그런데 묘하게도 힘 있는 복지시설에서 균도를 받아 준다고 한다.
내가 시설에 입소 시키려고 했다면 아마 균도와 이 길을 걷지 않고 그냥 조용히 그곳에 보냈을 것이다. 균도는 시설에 아무 조건 없이 넣을 수가 있다.
그렇지만 난 그런 시설을 믿지 못한다. 장애인의 인권을 시설의 내규로써 무조건 무시한다. 시설뿐만 아니라 균도가 머무는 주간 보호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선생님들의 수고는 인정한다. 그렇지만 고쳐야 할 점이 필요한 것은 어느 곳에나 있다.
장애인 관련 활동영역에서 일하다 보니 시설의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일에 더 많은 소식을 듣는다. 과연 도가니의 이야기는 광주 인화학교만의 문제일까?
지금 복지부는 장애인보다 시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우리처럼 사회를 올바르게 바꿔보려는 사람이나 단체를 지원하기보다 시설에 모든 공적자금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설을 몰아서 세우는 것 같아 기분 나빠 할는지 모르겠으나, 난 시설에서 성 문제가 불거지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물론 담 넘어 흘러나오는 소리가 다 진실은 아닐지라도, 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
시설 성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행해지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부모들은 시설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입에 올린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시설이야기부터 꺼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불문율처럼 시설은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시설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을 한다. 나 역시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논리는 그냥... 말문을 닫는다.
지금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80% 이상을 지적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지금 자립생활이 대세라고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제외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슈가 되고 있다. 뜻있는 장애인 부모 활동가와 다른 활동가들이 외국사례를 이야기하지만, 정부는 예산의 문제로 주저한다.
시설이 아니고서는 갈 곳이 없을까? 오늘도 길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분명히 고민해보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언제까지 발달장애인의 문제는 부모가 해결하고 난 뒤 안되면 국가가 2순위로 책임져야 할까?
앞으로 많은 사례를 보고 이야기하면서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균도 손을 잡고 길을 걷고 걸으면서 이슈를 던져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무척 많이 걸어 균도가 피곤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자는 균도 이불을 덮어 주면서 또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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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