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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세상걷기2]균도도 자기 인생이 있었다_10
- 관리자
- Oct 10, 2011
- 1411
- 균도도 자기 인생이 있었다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10
일곱째날 이야기(10월5일) 함안군청~진주 반성면
답사 때 차로 지나온 길인데 걸어서 고개를 넘어가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함안군청을 들러 복지과장에게 장애인 가족의 애환을 전달했다. 그들이 받는 고통을 현장에서 헤아려 달라고 균도 손을 꼭 쥐고 이야기한다.
발달장애인의 문제 그 자체만으로 큰 고통이지만, 그것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은
경험하지 못하면 누구도 알지 못한다. 장애아이를 낳으면 남몰래 눈물짓다가 시설로 보내버리는 부모도 있다. 경험하지 않고 남들 이야기만으로 고통이라 생각하고 포기해버리는 부모…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미래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균도는 자폐성장애 1급의 발달장애인이다. 지금은 남에게 자랑스럽니 잘하니 이야기하지만, 나 역시 여느 아빠처럼 많은 고통을 가지고 있다.
사업에 실패하고 방황할 때 균도가 눈에 밟혔다. 쌓여만 가는 빚 독촉 우편물, 매일 울려대는 전화… 남은 사람이라도 살리고자, 집에 말하지 않고 바닷가에 균도 손을 잡고 나간 적이 있다.
균도 손을 꼭 잡고 같이 안녕하면 남은 사람이라도 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못 먹는 술을 몇 명을 먹고 그냥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 옆에서 재잘거리던 균도가 내 옆에서 이야기하더라, 아빠 왜 우냐고? 그리고 나에게 하는 말 '아빠 살려주세요'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
그 순간 내 눈에 눈물이 핑 돌며 '아~ 내 인생이 아니었구나…' 균도도 자기 인생이 있었던 것이다. 난 그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 기억으로 지금 균도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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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오늘도 몇 명의 장애인 부모를 만났다. 어느 부모보다 깊은 눈을 가지고 매일 자녀의 곁을 맴돌고 있다. 나의 지나간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무척 마음이 아팠다. 아니 나와 똑같은 아바타를 보는 것 같아 걷는 걸음에 더 힘을 보탠다.
매일 내가 뇌까리는 말, 가정에서 장애아를 받아주지 않으면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엄마만이 부모가 아니다. 아빠가 현장에 나온다면 장애인식이 더 변할 것이다. 이 말을 부모들에게 전하고 또 길을 나선다.
무척이나 힘들다. 고갯길을 넘고 목적지에 다다르니, 방이 없다. 늦은 시간 무리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가자. 오늘 힘들면 내일은 쉬었다가 가지, 이러면서 또 길을 나선다.
장애인 부모운동 고삐를 쥐고 나섰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나온 길이다. 그렇지만 가장 큰 목표는 균도와 같이 걷는 가을소풍이다. 누가 손을 잡아주지 못하면 집이나 주간보호를 맴돌 수밖에 없는 아이. 나가고 싶은데 사회는 색안경이다.
같이 걸어가면서 많은 사람과 언론을 만나 우리 가족의 목표를 꼭 이야기하고 싶다. 늦은 밤 손전등이 우리를 지탱하듯이 낮을 밝히는 해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균도와 나는 또 그렇게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밀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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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