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균도와세상걷기2]그래도 사회는 살아있다 _07
- 관리자
- Oct 10, 2011
- 1571
- 그래도 사회는 살아있다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 7
넷째날 이야기(10월3일) 김해한림명동리~봉하마을~창원시 동읍(1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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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난 지 며칠이 지나니 시즌1과 마찬가지로 내가 먼저 물집이 잡힌다. 서울로 갈 때도 밀양에 가기 전 물집이 잡히더니 또 그렇다.
균도의 발을 유심히 쳐다본다. 곰발바닥 균도는 아직 괜찮다고 하지만, 낮에 도보 시 햇빛이 내리쬐는 지 사타구니 근처에 땀이 차 균도의 허벅지를 괴롭힌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숙소를 벗어나 가까운 밥집을 찾아 요기를 했다. 우리가 들어서니 식당 주인 내외가 우리를 아는체한다. 어제 구포에서 넘어올 때 교회를 다녀오다 우리를 유심히 봤다고 한다.
이제 여기 오셨냐며 반갑게 맞는다. 그러고 찬찬히 묻어본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고 식사 후 나가려고 하는데 우리보고 그냥 가란다. 어려운 길 선택한 것인데 밥 한 끼 대접이 대수냐고 한다.
우리가 아침 첫 손님인데 이런 호사가 있냐? 나도 장사를 했다. 첫 손님의 존재가 어떤 뜻인가 알진데… 너무 황송하다. 같이 사진 한 컷 찍고 길을 떠난다. 조금이라도 우리 이야기를 진정으로 듣는 사람이 생겨 너무 기분이 좋다.
내리쬐는 햇살도 우리에게는 희망이다. 작은 것마저 우리에게는 감사로움이다. 진영을 들어서면서 균도랑 봉하마을로 들어선다. 장애가 있다고 국민의 관심사를 외면하지는 말자.
균도에게 물어보았다. "너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갈래?" "예 아빠가요." 난 균도랑 어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는 편이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밑에도 몇 번을 갔고 서울 집회 현장도 가고, 아무튼 자주 간다.
자폐성 장애라고 집에 두지 않고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균도랑 꼭 같이 간다. 발달장애인 가족이야기를 나의 말로서 풀지 말고 균도를 보면서 이해하자는 내 방식의 발로이다. 글로써 이야기하고 영화로 풀어낼 것이 아니라 보여줌으로써 풀려고 한다. 균도의 세상걷기도 이런 발로에서 시작된다.
진영에 들어서면서 균도는 단감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한다. 길가에 늘어선 노점상에 1~2개 팔라고 말하지 못한다. 박스로 파는 사람에게 그런 말도 못하고 길에 서 있는 감나무에 눈길을 보내려다, 아들과 여행에 '서리'가 교육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주저했다.
둘이서 길을 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건다. 아이가 차가 지나가면 귀를 막는다고… "예, 균도가 8살 때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뒤 꼭 저런 행동을 합니다."하고 설명해 드리니 할머니 얼마 전 도가니를 봤는데 장애인식이 많이 되었다고 이야기하신다.
균도가 옆에서 "아빠 감 사주세요!!!"를 연방 외친다. 그러자 할머니가 자기 감나무밭에 가는데 같이 가서 몇 개 먹고 가란다. 고맙다. 작은 호의가 눈물마저 보이게 한다. 감나무밭 아래에서 감을 몇 개 베어 물었다. 좋은 경험이다. 할머니 균도에게 집 주소 적어 놓으라고 한다. 수확하면 몇 박스 집으로 보내겠다고 한다. 아직 친절이 배여 있는 곳이다.
균도의 이야기를 하면서 겪지 못했던 따뜻한 인정 몇 가지를 오늘 경험한다. 길에서 겪은 오늘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봉하마을에서는 많은 사람이 우리를 아는체한다. 신문에서 봤다고 아는체하고, 또 같이 사진 찍자는 사람도 있고, 몰래 촬영하는 사람도 있고, 데리고 온 자녀에게 우리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균도와 나는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광주로 간다. 우리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우리의 처지를 이야기하고자 균도와 나의 여행은 계속된다.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애환을 우리 부자를 통해 알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우리는 계속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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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