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32(4/12)
- 관리자
- Apr 13, 2011
- 1635
- 더 많은 곳을 같이 누벼야겠다
여의도 이룸센터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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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촬영 일정과 병행하는 세상 걷기로 피곤이 엄습한다. 늦은 저녁에 들어가서 이른 아침 생방송 라디오 인터뷰가 있어 작가 선생님의 모닝콜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서른 번째 날을 지나면서 꾸준히 걷기에 열중한다. 70분짜리 로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피디의 말에 대답하면서 진행하니 너무 힘이 든다, 묵묵히 따라오던 균도도 간간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일정에 없는 걷기를 오늘도 반복한다. 합정동에서 한 컷, 수유리에서 또 많은 장면 걷기와 되돌아오기가 반복이다.
그래도 행복하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애환을 그려준다는 약속을 믿고 로드 다큐멘터리를 며칠째 반복한다. 카메라를 들고 뛰는 피디들보다는 쉬워 보이나,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진행하는 것은 안 맞는 옷이다.
아침 일찍 아버지 산소에 갔다. 아버지는 4.19 국립묘지에 영면해 계신다. 아들과 같이 가는 이 길은 너무나 기쁘다. 자랑하지 못했던 아들이지만, 이 여정을 지내면서 어느 아들보다 더 자랑스럽다.
내 아버지는 균도가 장애아라는 것을 알고 돌아가셨다. 나와 균도를 쳐다보는 것이 언제나 애잔하셨다. 자식을 교육하는 방법이 어느 아버지보다 무뚝뚝한 할아버지였지만, 말을 잘 못하는 손자녀석을 보고는 남모르게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
그런 손자를 두고 하늘로 떠날 때도 그 전날까지 나에게 걱정만 하셨던 아버지 앞에 오늘은 자랑스러운 균도의 모습으로 나섰다. 아직 죽음이라는 존재를 균도는 알지 못한다. 그냥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만 알 정도다.
아버지 산소에 아들과 그 아들의 아들이 나란히 앉았다. 무슨 말이 없어도 아마 나의 뜻을 나의 아버지가 아시리라 생각한다. 돌아서는 순간 멀어져가는 아버지의 환영이 나에게 용기를 준다.
서둘러서 여의도 이룸센터 앞으로 간다. 애써 태연했지만,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너무 낯설다. 과연 내가 부모님의 바람을 기지고 여기에 서 있나 하는 의문도 든다.
부모님의 함성으로 균도와 나는 그 중심에 섰다. 전해준 마이크로 투쟁가는 아니지만, 장애인의 아빠로서 발언을 토해낸다.
"균도는 장애아동은 아니지만, 그 시기를 막 지나오면서 그 고통을 앞으로 오는 장애아동에게 물려주지 말자고 맹세하면서 균도랑 이 길을 떠났습니다.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 아이가 우리가 없어져 버릴 때 과연 누가 책임져줍니까?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기 위해 우리는 꼭 연대하여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반드시 원안 통과시켜야 합니다."
균도가 옆에서 절규하듯이 이야기한다,
"서울까지 아빠랑 세상걷기…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제정하기 위해 왔어요."
흐르는 눈물 그칠 줄 모른다. 앞에서 흐느끼는 엄마의 절규가 환희로 바뀌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오후 몇 명의 국회의원을 만나 우리의 처지를 역설하러 균도랑 같이 국회를 누빈다. 옆에서 수근대는 우리 부자 이야기… 아는 척할수록 자신감이 더해진다.
우리 이야기가 더 전해질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더 노력하고 노력하겠다. 남은 서울 일정 정성을 다해 더 노력하고 노력할 것을 맹세하며, 옆에 곤히 자는 균도 얼굴에 살짝 입맞춤하면서 오늘을 마친다.
내일도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원안 통과를 위해 많은 곳을 같이 누벼야겠다. 오늘 연대한 전국 장애인 부모들과 장보협 회원 여러분께 큰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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