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21(4/1)
- 관리자
- Apr 0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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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 떠나온 지도 달이 바뀌었다. 오늘은 망중한을 즐긴다.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수안보…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돌아보긴 처음이다. 아주 작은 곳이다. 균도랑 족욕탕에 들렀다. 아무도 오지 않아 너무 조용하다.
어느 순간 장애를 가진 부모들은 이런 곳을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을 좋아하게 된다. 매 순간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 우리 아이의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라고… 아무도 없는 곳이 좋다. 홀로 큰소리쳐도 좋고 뛰어다녀도 눈총 줄 사람 없어 좋다. 오늘 균도가 그 넓은 들을 혼자 뛰어다닌다.
집을 떠나오니 먹는 것이 매일 걱정이다. 균도랑 음식을 같이 먹자니 내가 안 따라가고, 나한테 맞추려고 하니 균도가 영 안 먹는다. 균도는 육식이나 바다 고기 위주로 식사하고 난 그래도 채식이 좋다.
'균도야, 뭐 먹을래?'하고 물으면 만날 고기 아님 피자다. 아 너무 안 맞는다… 또, 집 떠난 밥은 조미료 범벅이라 너무 싫다. 제일 힘든 게 걷는 것이 아니고 음식이라 생각하니, 좀 그렇다.
휴식을 취하니 균도가 훨씬 명랑해진다. 이제 걸어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부터는 일정을 조절하면서 소화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저녁 때쯤 인터뷰 한 건이 있었다. 매일 임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걸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왜 우리가 걸어가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달라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균도와 나는 세상을 걸어가야 한다. 또 얼마나 많은 편견 속에서 싸워야 하는지 우리는 안다. 그렇지만 두렵지 않다. 다짐을 하고 이 길을 떠나오니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마음을 열고 연대한다면 그 무엇도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 밤이 지나면 부산에서 우리를 응원하러 몇 분이 오신다고 한다. 우리의 주어진 길에 그 사람들의 힘이 이 땅에 골고루 뿌려지길 바란다.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인식과 정책이 조금만 바뀐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정치하시는 분, 사회를 지탱하시는 분, 제발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사회는 우월한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사회에서 대접받으며 살 권리가 있다. 장애인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장애인 관련 법 꼭 고쳐지길 기대한다. 장애아동이 선별적으로 구제받는 것이 아니라, 장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편적 복지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래본다.
균도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은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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