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문경새재 입구에서 친한 척하는 균도와 나.

걷기 시작한 지 스무날이 지났다. 같이 걸어오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사람과 연대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답사하고는 달리 빨리 올라왔다. 20일 동안 많은 협조를 한 균도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오늘은 그 감사함이 독으로 변했다. 며칠을 무리하게 걸었던 까닭에 균도가 나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다. 몇 대를 디지게 맞았다. 그렇게 벌벌 떨면서 분풀이를 하고 난 뒤, 아빠에게 미안함을 느끼는지 이내 곧 순응한다. 그동안 그렇게 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잘 달래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려 한다.

우리 균도는 아시다시피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한없이 순하다가 갑자기 과잉 행동이 나오면 주체를 못한다. 자기 손을 깨물고 노려본다든지… 아무튼 스트레스를 그렇게 푸는 모양이다. 참 난감할 때가 잦다.

오늘 걸어온 길도 만만치는 않다. 오르막을 몇 번이나 올랐다. 문경을 빠져나가는데, 문경새재 S-oil 사장님이 한동안 지켜보다가 우리 일행을 부른다. 커피 한 잔 하다 가시라고…

또 이야기한다. 몸띠를 보시고 균도를 보더니 우리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가는 길 조심히 가라고 인사도 멋지게 올리신다. 길을 떠나온 것이 이 순간에는 참 뿌듯하다.

문경을 벗어나면서 페이스북에 사진을 한 장 올렸는데, 답이 온다. 국민할매 김태원 이야기다. 김태원 아들이 자폐성장애라 우리나라에 있지 못하고, 필리핀으로 이민 간 이야기가 사회적인 이슈인 모양이다.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에 간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짐작한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에게 배려심이 없다. 균도랑 시내를 가다 균도의 행동장애로 누구랑 부딪히면 어김없이 항의한다.

난 그러면 이야기한다. '저 아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해하세요.' 이야기하면 젊은 데이트족은 못 듣는 소리로 이야기한다. 저런 아이들 왜 데려 나오느냐고 집에 처박아두지… 한 대 줘 패고 싶을 때 진짜 많다. 그렇지만 참는다. 마음에 참을 인(忍)을 새긴다.

보통사람의 가장 큰 무기가 시선이다. 경멸하는 듯한 시선이 우리 장애 가족을 가장 어렵게 만든다. 욕이야 배에 들어오지 않으니 욕으로 갚으면 된다. 그렇지만 그 시선은 모욕감을 일으킨다. 시선 처리가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한다.

오늘도 60리 길을 걸어왔다. 수안보에 도착했다. 일정 조절을 위해 하루를 더 머무르고 지나간다.

스무날을 지나면서 그동안 관심을 보여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런 관심과 사랑이 우리 발달장애인에게 미래의 초석이 됨을 피부에 느끼고 있다. 균도의 피곤함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오늘은 꼭 노래방을 가야겠다.

균도랑 오늘도 외쳐본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아동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국회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4월 정기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시키라!

장애인 활동지원법의 일방적 시행령 추진을 중단하고 전면 재논의하라!

정부와 국회는 날치기로 제정한 장애인활동지원법을 즉각 개정하라!

▲문경새재 S-oil 가족과 함께.

▲이화령터널 앞에서.

▲수안보면은 이정표가 없어서 인증샷 충주 수안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