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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3 (3/14)
- 관리자
- Mar 24, 2011
- 1778
날씨가 무척 더운 날이다. 그래서 피곤한 날이기도 하다. 물근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해 고개를 두 개 넘었다. 총 이동거리는 20km가 조금 넘은 것 같다. 균도를 재촉하며 걸어가지만, 더워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고개를 넘어갈 때 몸집이 큰 균도가 힘들어한다. 물론 나 역시 힘들다.
부자가 여행을 떠나오니 내가 생각하던 것 하고는 달리 균도가 아빠에게 많은 것을 배려한다. 평소 집에서는 과자나 주전부리할 때면 사주는 순간 자기 방에 들어가서 다 먹고 빈 봉지만 가져 나왔는데…. 오늘부터는 손에 두 개를 쥐고 있으면 꼭 나눠주려고 애쓴다.
흐뭇한 일이다. 나를 동반자라고 느끼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내가 균도를 믿고 있듯이, 균도가 나를 믿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균도는 이제 어른이다. 아니 이런 과정을 거쳐 가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간다. 부모가 나이를 먹듯이 발달장애인도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부쩍 자라고 있다. 행복하다. 오늘 우리가 걸어온 길이 우리 둘을 성숙하게 하듯이 발달장애인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성숙한다. 더디게 가는 것 같지만,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균도를 보면서 느낀다.
나의 아이는 나의 스승이다. 이 아이를 만나면서 내가 다시 사회를 생각하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워 나간다. 불혹의 나이가 지나면서 내가 사회복지학과 정규 과정을 진학하게 되었고, 난 부모가 아니라 사회복지사로 세상에 새로 태어나게 했다. 참 난 올해 부산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부를 졸업했다.
내가 균도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리라 맹세한다. 오늘도 이 길을 걸어가면서 우리는 꼬옥 안고 걸어간다. 저녁에 균도랑 맥주를 놓고 대화는 아니지만, 눈으로 이야기한다.
균도야! 고맙다. 나의 아들로 태어난 게 고맙고, 발달장애인을 대표로 이 먼 길을 흔쾌히 걸어가는 것이 고맙다. 내가 계획하고 걸어가는 여정이지만, 이 길이 너하고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발달장애인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난 확신한다.
앞으로 계속 걸어가겠지만, 가는 이 길 만나는 모든 사람이 서로 우리를 이해하고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그 가족을 이해하는 그런 작은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자. 오늘 이 밤 너무 기분이 좋아 행복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균도야 내일을 위해서 또 힘을 내자. 아자 아자 아자!!!
오늘 우리 일정에 연대해 준 양산장애인부모회 최태호 회장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