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55(5/5)
- 관리자
- May 24, 2011
- 1838
- 가자,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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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도는 어린이날이라고 어디 가자고 조른다. 마침 진보신당 해운대당협 식구들이 주말농장을 개척한단다. 같이 가자는 말에 균도랑 같이 나선다.
발달장애 자식을 둔 부모들 소원 중 하나가 전원생활이다. 나 역시 나중에 균도와 농원생활을 꿈꾼 적도 있다. 지금의 계획 중 하나도 이것이고, 방법으로 사회적기업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느 정도 도피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우리 아이들의 성향이 사회적으로 맞지 않아, 사람이 드문 환경에서 마음껏 키우고 싶은 부모의 답답함에서 나온 것임은 스스로 인정한다.
사회의 경쟁심리에 내몰릴까 두려워하는 부모의 성향에서 나온 자조적인 모습인 것 같아 답답하다. 왜 우리가 사회에서 살면 안 될까? 라는 자조를 오늘도 물음으로 대답한다. 아무튼 현실의 제도는 우리 아이들을 모른 체 하는 것은 사실이다.
주말농장에 도착했다. 아직 개간 중이라 황무지다. 몇 명의 식구들과 곡괭이, 쇠스랑, 괭이들 들고 부지런히 왔다갔다한다. 사람의 힘은 무섭다. 곧 평평히 골라진다.
균도는 돕는 척하다가 이내 쉴 곳을 찾아 부산하다. 아직 목적의식이 없고 자기가 맡은 분야가 없어 쉬 지친다.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감히 목가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의문도 든다.
멀리서 음악이 들린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포미닛 목소리다. 난 잘 모른다. 여행 중 만났던 현아의 얼굴이 떠오른다. 깡마른 체구, 균도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균도가 제일 좋아한단다.
물론 현아랑 균도는 1992년 6월6일 현충일에 같이 태어난 진짜 동갑내기다. 한 명은 인기인으로 한 명은 장애가 있는 청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한 번 생각해본다. 토정비결이니, 사주니 이런 것이 있다면 이렇게 극단적인 삶이 있겠냐고 반문하고 싶다. 그렇지만 언제나 순수한 균도의 눈을 난 너무도 사랑한다.
균도는 여행 기간 중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론의 중심에 있었고,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카메라가 쏟아지는 틈에서도 균도는 아무 의식을 하지 않았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균도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고, 얼마 동안 병원생활도 했다. 아직도 작은 알림 기자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는데 아직 수군거림을 경험한다. 세상에서 좋은 아빠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부담스럽다. 그래서 또 기획해본다. 아직 체력적으로 완성치는 않지만. 가을경 균도랑 한 번 더 여행을 떠나리라…
균도는 세상 걷기를 하는 동안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경험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언론의 초점보다, 균도의 세상 여행이 나에게도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제는 충분히 즐기면서 걷고 싶다.
가자, 세상 속으로! 우리가 나아가면 갈수록 발달장애인의 미래의 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고 싶다. 누구에게 보이기 보다 균도가 걸어가는 세상은 균도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혹시 동행하실 분은 충분히 준비하시길 바란다.
오늘 주말농장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처럼 세상에서 가장 이쁜 우리 아이들의 희망을 위해 오늘도 균도는 세상 바라기를 행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우리 아이가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부모들은 앞장서서 오늘도 고민하고 연대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세상에 가장 중요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