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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27(4/7)


힘없는 자들의 마지막 항변이다


이천소방서~광주시실촌읍 곤지암 12km










▲비를 맞고 걷는다. 그래도 재미있다. 즐겁게 걷자.


 


비가 온다. 방사능비란다.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는데, 비가 내린다. 다시 들어가려니 영 모양새가 구겨져 길을 나서본다. 들어가서 하루를 멍때리는 것보다 아픈 다리 걸으면서 푸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비를 맞으며 우산을 받쳐 들고 걷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조선일보 기자다. 오늘 걷는 사진 몇 장이 필요하단다. 잘 나왔다 싶다. 가급적이면 빨리 만나자고 재촉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오늘 걷는 일정을 줄일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목적지는 고개 넘어 곤지암까지 가는 것으로 정했다. 광주시에 들어오면서 동원대학 인근에서 기자 일행과 마주쳤다.


 


비 오는 날 사진 거참 어렵다. 계속 웃어야 하고, 그런데 균도는 너무 자연스럽게 잘한다. 평소 두 시간 반이면 걸어갈 거리를 로드 인터뷰 때문에 5시간 이상이 걸린다. 전국 일간지 중 최고의 독자가 있는 신문이다.


 


난 영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아쉬움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열심히 취재에 응한다. 내일 아침에 나온단다. 내가 이야기하는 만큼 잘 비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기자 참 마음이 이뻐보인다. 균도를 이해 하려는 것이 내 마음에 비친다. 물론 신문이 잘못인가? 나랑 안 맞아서 그렇지… 아무튼 동행 3시간을 하다 보니 비를 너무 많이 맞았다. 나도 걱정이지만, 균도가 내일 아침 감기가 안왔으면 좋겠다.


 


오늘 비가 방사능비라고 한다. 몸에 좋지 않은 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보기에는 호들갑이다. 매일 안 좋은 공기에 노출되는 사람들 바로 죽는 것도 아니고, 엑스레이 한 장보다 노출이 작다고 하는데…


 


이것마저도 여론몰이에 국민이 너무 노출이 많이 되어서라고 생각한다. 난 이야기한다. 방사능비보다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무서운데 이것이 뭐라고… 부산서 오는 도중 비를 만난 것은 대구 입성할 때 한 번,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땐 하루를 쉬었다.


 


짧은 거리지만, 걷고 나니 마음은 푸근하다. 비 오는 날 균도랑 걸으면 더 친해지는 것 같다. 시야가 막히는 만큼 균도는 나를 더 의지한다. 나 역시 균도의 손을 더 꼭 쥐고 걸어간다.


 


장애를 둔 부모가 우리 아이의 손을 더 꼭 쥐고 있는 이유가 시야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조금이라도 배려의 느낌을 갖는다면, 장애가정도 사회를 의탁하며 열심히 살 것인데… 그 사람들도 자기 인생이 있지 않은가?


 


집에 장애인 자녀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가족은 사회의 낙인으로 전락한다. 다른 사람에게 동정 어린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되고, 우리를 낙인받게 한다. 저 집은 장애 가정이라고…


 


알려면 자세히 알고 우리의 삶을 이해하면 다들 편할 텐데… 아무튼 낙인을 가진 우리가 할 이야기는 튀고 연대해서 정책을 바꾸는데 노력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뇌병변장애인들이 쇠사슬로 묶고 대오를 맞춰 대항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그렇게 단결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위해서 정책을 만들어주질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힘이 없다. 그래서 연대만이 살길이다.


 


내가 걷고 또 걸으면서 아이의 아픈 다리를 만져가면서 이 먼 길을 가는 이유를 그들은 알까? 총알같이 빠른 시대에 청와대나 국회의원에게 인터넷으로 민원 해결하라고, 왜 아픈 다리 만져가면서 그냥 걷는 무식한 사람이 어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장애아들을 꼬여 '더 넓은 세상을 보자'라고 빙자해 이 길을 걸으니, 그래도 방송이나 신문에서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가? 세상은 아직 비겁하다.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가 없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이 많다. 그렇지만 보통 원안이 통과되는 것은 10% 정도라고 한다. 많은 민생법안에 밀려 장애인 관련 법안은 뒤처진다. 그래서 우리는 걷고 있다. 무언의 압박…인도의 간디도 걷고 또 걸었다. 나도 걷고 또 걷는다.


 


이것이 우리 힘없는 자들의 마지막 항변이다. 이 세상에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우리 장애부모는 연대하여 쟁취하고 싶다. 균도야 아프지 말고 서울 가자. 내일은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것이 또 바람이다.


 


균도는 매일 손에 효자손을 들고 있다. 효자손은 회초리도 된다. 균도의 손에 들려 있는 이 효자손을 뭉치로 사서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싶다. 우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고마운 효자손이기도 하지만, 너희가 모른척할 때는 매로 변해 회초리가 될 것이다.


 


전국의 장애인부모여, 효자손을 한 개씩 들고 나아갑시다. 균도처럼 우리의 걸음처럼! 장애아동복지지원법원안 통과시키고, 발달장애인법제정하라!!!


 







▲광주시로 들어 옵니다. 이천 광주는 도자기의 고향입니다.






▲실촌읍 곤지암입니다. 균도가 일깨워줍니다. 정약용 고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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